오랫동안 방황하다 학교로 돌아온 지 벌써 반 년이 되었다. 학교에 오기 전 수많은 걱정으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막상 학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그 많은 고민들이 무색하게도 즐겁게 학교를 다녔다. 사회의 울타리 밖에서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안전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의 특권을 누리며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아낌없이 아들을 지원해 주시는 부모님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항상 정장을 입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되어서 그런지, 이젠 넥타이와 셔츠 없이는 외출하지도 않게 되었다.
놀러갈 때나 공부할 때나 시종일관 샐러리맨 복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특이하게 보긴 하지만, 나는 이 차림으로 공부해야 마음이 잘 잡히고 편안하다. 단정하게 입다보면, 그에 맞춰 바른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자연스레 노력하게 된다. 나는 본래 어떠한 것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그 외의 것들에 무신경해지므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예의는 덜한 것보다는 과한 게 낫다는 생각으로 입고 다니고 있다. 물론 그러다보니 옷장에 넥타이와 셔츠밖에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젠 넥타이 고르는 게 취미가되어버려 즐거운 마음으로 무엇을 입고 갈 지 고민하는 게 일상이다.
부모님도 걱정이 덜해보이셔서 나도 마음이 놓인다. 다른 사람에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지만,부모님이 나에 대해 걱정할 때면 속으로 죄송스런 마음이 든다. 효도하는 자식은 아니지만, 걱정하는 마음을 덜어드리기 위해 일부로 시간을 내서 저녁에 자주 전화하거나 만나서 밥을 먹고는 한다. 예전의 일때문에 부모님이 과도하게 걱정하시는 게 눈에 보인다. 다행히 나도 이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으니, 부모님의 걱정이 훨씬 덜해보이셔서 다행스럽게 느낀다. 특이하고 유별한 아들이지만, 독특함을 온전히 존중해주시고 공부하는 책벌레인 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셔서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1학기는 다양한 분야를 접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말 많은 것을 했다. 글을 쓰며 아마추어 작가로서 활동하고, 전공책을 난생 처음으로 뒤져가며 모르는 부분을 깊게 파헤치고, 토플 수업에 난데없이 참석해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등 이전에는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해보았다. 너무 자유롭게 공부하는 바람에 성적이 들쭉날쭉하게 나왔지만, 다시 출발점에 선 만큼 시행착오를 거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게임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할 일이 있음에도 게임에 몰두한 적도 많았다. 게임은 분명 재미있는 오락 활동이지만, 시간을 너무 소모하고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통제하기 힘드므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게 맞는 듯 하다.
저번 학기에 임 교수님의 기초생화학 강의를 들으며, 생물학의 분야가 얼마나 다양하고 흥미로우며, 내가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 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와도 같았다. 생명과정의 화학인 생화학을 배우며 내가 얼마나 과학을 좋아하고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며 그것들을 연결해 지혜를 깨우치는 것을 즐거워하는지 다시금 알게 되었다. 과거의 과도한 완벽주의와 자아비판이 나를 끌어내릴 때,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계속해서 올라가려 할 수 있었다.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교수님의 다른 강의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하루에 수만 가지 생각을 하는 사유 활동을 즐기지만, 생각이 너무나 많은 나머지 중요한 것들을 종종 까먹는다. 노트로 개념과 원리에 대한 확실한 정리를 통해 그러한 생각들을 붙잡는 것이 좋겠다. 즉 너무 전체만 보지 말고, 세부적인 사항들에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완벽주의와 당위적 사고가 나를 잠식하지 않도록 스스로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는 것도 필요하겠다.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나의 내면 상태가 어떠한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2학기에 집중해야 할 것은 전공, 영어, 교양 서적이다. 이 3가지를 최우선으로 집중하되,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는 말자. 고삐를 적당히 느슨하게 쥐면 황소는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이번 학기도 즐겁게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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